보장 설계의 기술
지우의 서랍에는 이제 분석이 끝난 계약 여덟 개와, 열일곱 장에 걸쳐 쌓인 메모가 있다. 갱신 보험료가 몇 배가 되는지, 진단비가 얼마면 되는지, 사망보장이 얼마나 비었는지, 배상책임이 어디서 겹치는지. 남은 일은 그 조각들을 한 장의 설계로 묶는 것이다. 무엇을 먼저 채우고,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고쳐 쓰고, 한 달에 얼마까지 쓸 것인가. 이 장은 보장 설계를 상품 고르기가 아니라 순서와 예산의 문제로 다룬다.
- 보장을 채우는 순서(사회보험 → 실손 → 소득 보장 → 사망 → 배상책임)와 그 이유를 설명한다.
- 생애 단계(1인, 신혼, 자녀 출생, 자녀 독립, 은퇴)에 따라 우선순위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본다.
- 보험료 예산을 가구 실수령에 비춰 잡고, 과한 보장의 기회비용을 계산한다.
- 보장 분석표로 공백·중복·과잉을 찾고, 유지와 교체를 숫자로 판단한다.
- 감액·감액완납·연장정기처럼 기존 계약을 고쳐 쓰는 방법과 조회·비교 도구를 익힌다.
보장 설계의 순서
보험 상담은 대개 상품에서 시작한다. "요즘 이 암보험이 좋다", "이 종신보험은 환급률이 높다". 그러나 설계는 반대 방향에서 시작해야 한다. 이미 가진 것에서 출발해, 막지 못하면 가계가 무너지는 위험을 차례로 채우고, 예산이 남을 때만 그다음으로 간다. 2장의 말로 하면, 드물지만 감당할 수 없는 위험부터 이전하는 것이다.
그 순서를 다섯 층으로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아래층일수록 먼저 확인하고, 아래층이 비어 있는데 위층을 두껍게 쌓는 것은 기초 없이 2층을 올리는 것과 같다.
왜 이 순서인가. 아래층으로 갈수록 세 가지가 함께 커진다. 첫째, 누구에게나 해당한다. 병원비는 모든 사람의 문제지만 사망보장은 부양가족이 있는 사람의 문제다. 둘째, 보장 1원당 보험료가 싸다. 사회보험은 이미 냈고, 실손은 월 1~3만원 안팎이다. 셋째, 빠지면 되돌리기 어렵다. 실손은 나이가 들고 병력이 생기면 새로 가입하기 어려워진다.
그런데 현장의 판매 순서는 종종 반대다. 위층의 종신보험이나 진단비 묶음에서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15장에서 본 것처럼 보험료가 큰 상품일수록 수수료가 크기 때문이다. 복잡함이 판매에 유리해서 남은 대표적인 자리가 여기다. 상품 이름과 특약 목록은 수십 가지지만, 설계의 질문은 다섯 개뿐이다. 이미 무엇이 있나, 병원비 구멍은, 소득이 끊기면, 내가 없으면, 남에게 끼친 손해는.
생애 단계별 필요
다섯 층의 무게는 평생 같지 않다. 혼자 사는 사회초년생에게 사망보장은 거의 필요 없다. 내가 사망해도 경제적으로 무너지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 이 층은 가장 무거운 층이 된다. 아이가 독립하면 다시 가벼워지고, 은퇴 뒤에는 소득 자체가 연금으로 바뀌어 소득 보장의 의미가 줄어드는 대신 간병과 노후 의료비가 무거워진다.
아래 그림의 위쪽 띠는 나이다. 손잡이를 좌우로 끌어 나이를 바꾸면 아래 여섯 개 보장의 우선순위가 그 단계에 맞게 움직인다. 지우네를 닮은 가족(30세 결혼, 34세 첫 아이, 아이 22세 독립, 65세 은퇴)을 가정했다.
생애 단계에 따라 움직이는 우선순위
막대가 보여 주는 것은 "어떤 보험이 좋은가"가 아니라 "지금 무엇이 무거운가"다. 실손과 배상책임은 거의 평생 높은 자리를 지킨다. 소득 보장은 일하는 기간에만 높다. 사망보장은 산 모양이다. 아이가 태어날 때 솟고, 아이가 자라고 빚이 줄면서 내려간다. 이 산 모양이 바로 정해진 기간만 보장하는 정기보험(Term life)이 잘 맞는 이유다(10장). 반대로 평생 같은 사망보장을 사는 종신보험은 산의 꼭대기 높이를 평생 유지하는 데 돈을 내는 셈이라, 상속 재원처럼 평생 필요가 있는 경우가 아니면 과해지기 쉽다.
생애 단계는 한 번 정하고 끝나지 않는다. 결혼, 출산, 이사(대출), 이직(단체보험 소멸), 자녀 독립, 은퇴는 모두 보장을 다시 볼 신호다. 설계는 한 장의 문서가 아니라 몇 년마다 고쳐 쓰는 문서다.
보험료 예산
순서를 정했으면 다음은 예산이다. 아무리 좋은 설계도 유지하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 보장성 보험은 해지하면 낸 보험료의 대부분이 사라지고, 초기에 해지하면 사업비만 내고 끝난 셈이 된다. 그래서 예산의 첫 기준은 "얼마가 적당한가"보다 "20년 동안 흔들림 없이 낼 수 있는가"다.
흔히 쓰는 어림은 가구 월 실수령의 약 5~8%다. 이 숫자는 법이나 통계에서 나온 기준이 아니라 상담 현장에서 오래 쓰여 온 가이드라인일 뿐이다. 부양가족이 없고 비상금이 넉넉하면 더 낮아도 되고, 외벌이로 어린 자녀를 키우면 사망보장 때문에 더 높아질 수 있다. 아래에서 실수령과 생활비를 정하고, 가로 띠 위의 손잡이를 끌어 월 보험료를 바꿔 본다. 기본값은 지우네(실수령 590만원, 생활비 360만원, 자동차보험을 뺀 보험료 21.8만원)다.
보험료 예산 띠
띠는 목표가 아니라 점검선이다. 띠보다 한참 아래면 "어느 층이 비었나"를, 한참 위면 "어느 층이 겹치거나 저축이 섞였나"를 물어본다. 그리고 어느 쪽이든 마지막 줄의 남는 돈을 먼저 본다. 보험료를 내고 비상금과 저축이 바닥나면, 작은 사고도 보험 해지로 이어진다. 15장에서 본 회차별 유지율(13회차 약 86%, 25회차 약 72%, 업계 평균 근처의 교육용 값)이 말하듯, 계약의 상당수는 2년을 넘기지 못한다. 그 해지의 상당 부분은 처음부터 예산을 넘겨 설계된 계약이다.
과한 보장의 기회비용
예산을 넘는 보험료는 보이지 않는 비용을 남긴다. 필요 없는 보장에 매달 10만원을 더 내면, 그 10만원으로 할 수 있었던 다른 일을 포기하는 것이다. 이것이 기회비용(Opportunity cost)이다. 매달 \(P\)원을 월 수익률 \(r\)로 \(n\)개월 동안 모으면 그 돈은 다음과 같이 불어난다.
아래 그래프에서 더 내는 보험료, 기간, 수익률을 바꿔 본다. 값을 바꿀 때마다 그 돈이 해마다 쌓이는 모습을 다시 그린다.
더 낸 보험료를 모았다면
이 계산은 과한 보장에만 해당한다는 점을 잊지 않는다. 비어 있는 층을 채우는 보험료는 기회비용이 아니라 파산을 피하는 값이다. 아이가 있는 가정에서 사망보장 3억원을 아끼고 그 돈을 투자했는데 가장이 사망하면, 투자 잔고 몇백만원은 아무 위로가 되지 않는다. 기회비용 계산이 겨냥하는 것은 같은 위험을 두 번 덮는 중복, 감당할 수 있는 작은 위험을 덮는 특약, 보장과 섞여 사업비가 붙은 저축이다.
보장 분석표: 공백·중복·과잉 찾기
이제 지우네 서랍을 한 장의 표로 펼친다. 계약별로 보는 대신 보장 항목별로 다시 모으는 것이 핵심이다. 계약서는 "종신보험", "암보험"처럼 상품 단위로 되어 있지만, 위험은 "사망", "암", "뇌", "심장"처럼 항목 단위로 온다. 같은 항목을 두 계약이 덮고 있으면 중복이고, 어느 계약도 덮지 않으면 공백이다.
아래 표에서 계약 옆의 체크를 켜고 끄면 위쪽 막대가 바뀐다. 막대는 필요한 수준 대비 얼마나 덮였는지를 보여 준다. 필요 수준은 앞 장들에서 계산한 값이다. 사망은 10장 니즈 분석의 공백에 이미 가진 개인 보장을 더한 값(지우 약 4억 8,900만원, 민서 약 3억 400만원), 암은 9장의 소득 공백 기준 5,000만원(민서는 3,000만원), 뇌·심장은 9장에서 정한 넓은 정의 각 1,000만원이다. 뇌·심장은 보장 범위가 좁으면(뇌출혈·급성심근경색만) 실제로 받을 확률이 낮으니, 넓은 정의 대비 발생 확률의 비율만큼만 쳐 준다. 위쪽 버튼으로 지우와 민서를 바꿔 본다.
지우네 보장 분석표
| 계약 | 보장 | 월 보험료 |
|---|
표가 드러내는 지우네의 문제는 세 가지다. 첫째, 공백. 아이를 계획하는 집인데 지우의 사망보장은 종신 1억원뿐이고, 민서는 퇴사하면 사라지는 단체보험 5,000만원뿐이다. 진단비도 지우의 암 3,000만원 하나이고, 뇌·심장은 가장 좁은 정의만 들어 있다. 둘째, 중복. 일상생활배상책임은 두 계약에 들어 있지만 실제 손해만큼만 나눠 보상하니(12장) 하나는 보험료만 낸다. 민서의 실손도 단체실손과 겹친다. 셋째, 보험료의 쏠림. 월 21.8만원 가운데 12만원이 종신보험 하나에 들어가 있다.
제안안은 사망과 진단비의 공백을 채우는 데 보험료의 대부분을 쓰고, 중복된 배상 특약을 지우고, 민서의 개인실손은 재직 중에 멈춘다(8장). 무엇을 해지하는 칸은 거의 없다는 점이 눈에 띈다. 다음 절이 그 이유다.
- 피보험자와 수익자: 누가 아프거나 사망하면 누가 받는가.
- 보장 항목의 정확한 이름: "뇌졸중", "뇌출혈", "뇌혈관질환"은 서로 다른 보장이다. "암"도 유사암·소액암이 따로인지 본다.
- 보장 금액과 감액 조건: 가입 1년 이내 50% 같은 조건이 남아 있는지.
- 보장 기간과 납입 기간, 갱신형이면 다음 갱신 시점.
- 실손과 배상책임은 개수가 아니라 "몇 개가 겹치는지"를 센다. 겹친 만큼은 비례보상이라 더 받지 못한다.
유지 vs 교체 판단
분석표에서 공백을 발견하면 "다 해지하고 새로 짜자"는 제안이 따라오기 쉽다. 깔끔해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존 계약을 해지하고 새 계약을 맺는 데는 눈에 잘 띄지 않는 비용이 네 가지 붙는다.
- 해지 손실: 해지환급금은 준비금에서 아직 상각되지 않은 신계약비를 뺀 금액이다(3장). 가입 초기일수록 손실이 크다.
- 새 사업비: 새 계약에는 새 신계약비가 붙는다. 이미 한 번 낸 판매 비용을 다시 내는 것이다.
- 높아진 나이와 낮아진 이율: 같은 보장도 나이가 많을수록 비싸다. 예정이율이 높던 시절의 계약은 지금 같은 조건으로 다시 살 수 없다.
- 새 면책·감액 기간과 새 심사: 암 보장은 다시 90일 면책, 1년 감액이 시작된다. 그사이 생긴 병력이 있으면 새 계약은 거절되거나 부담보가 붙는다.
그래서 현장의 오래된 원칙이 있다. "고칠 수 있으면 특약 추가·감액으로 고친다." 교체는 고칠 수 없을 때, 그리고 교체 비용보다 보장 개선의 가치가 분명히 클 때만 검토한다.
아래 계산기는 같은 보장을 "지금 나이로 새로 사는" 경우의 비용을 쌓아 보여 준다. 기존 계약의 가입 나이와 지금 나이, 기존 계약의 예정이율을 정하면, 새 계약에 낼 보험료에서 기존 계약에 앞으로 낼 보험료와 지금 받는 해지환급금을 뺀 순 교체 비용이 나온다. 새 계약이 기존보다 무엇을 더 주는지(넓은 정의, 더 긴 보장 등)는 "보장 개선 가치"로 직접 넣는다.
유지 vs 교체 계산기
계산기의 첫 화면이 이 절의 결론이다. 18세에 예정이율 4%로 가입한 종신보험을 32세에 같은 보장으로 다시 사면, 교육용 모델에서 2,500만원 넘게 더 든다. 그 계약이 지금 시장에서 다시 살 수 없는 조건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계약은 공백이 있어도 해지할 대상이 아니라 그대로 두고 부족한 층을 따로 더하는 대상이다. 지우네 제안안이 종신보험을 건드리지 않고 정기보험을 더한 이유가 이것이다.
반대로 교체가 맞는 경우도 있다. 가입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해지 손실이 작다), 예정이율도 지금과 비슷하며, 새 계약이 보장 범위를 크게 넓혀 줄 때다. 이 경우에도 그림 2의 마지막 칸처럼 새 계약이 성립한 뒤에 기존 계약을 정리한다.
기존 계약 손보기: 감액·감액완납·연장정기
보험료를 계속 낼 형편이 안 될 때 선택지는 해지만이 아니다. 대부분의 장기 보험은 계약을 살려 두면서 부담을 줄이는 방법을 약관에 둔다. 대표적인 것이 셋이다.
- 감액(Reduction): 보장 금액을 줄이고 그만큼 보험료도 줄인다. 줄인 부분은 일부 해지로 보아 그 몫의 해지환급금을 돌려받는다.
- 감액완납(Reduced paid-up): 보험료 납입을 멈추고, 지금의 해지환급금으로 살 수 있는 만큼의 보장으로 줄여 평생(원래 보장 기간) 유지한다.
- 연장정기(Extended term): 보험료 납입을 멈추고, 보장 금액은 그대로 두되 해지환급금으로 살 수 있는 기간까지만 보장한다.
감액완납과 연장정기의 원리는 같다. 해지환급금을 한꺼번에 내는 보험료(일시납)로 다시 쓰는 것이다. 금액을 줄이고 기간을 지키면 감액완납, 금액을 지키고 기간을 줄이면 연장정기다.
지우의 종신보험 주계약으로 직접 해 본다. 그래프의 세로선을 끌어 "지금이 몇 년째인가"를 정하고, 다섯 가지 선택을 차례로 눌러 본다. 점선은 계속 유지했을 때다.
보험료를 못 낼 때의 다섯 가지 길
세 가지 길은 모두 "보험료를 덜 내고 보장을 덜 받는" 거래지만, 무엇을 덜 받는지가 다르다. 노후까지 일정한 사망보장이 필요하면 감액완납, 지금 큰 보장이 필요하고 나중에는 덜 필요하면 연장정기가 맞는다. 그리고 해지를 누르면 막대가 바닥에 붙는다. 한번 해지한 계약은 일정 기간 안에 부활을 청구할 수는 있지만, 그 기간이 지나면 같은 조건으로 되돌릴 수 없다.
이 밖에도 잠시 숨을 돌리는 방법들이 있다. 해지환급금 범위에서 보험료를 대신 내 주는 보험료 자동대출납입, 일부 상품의 납입 일시중지, 해지환급금을 담보로 돈을 빌리는 보험계약대출이다. 모두 계약마다 가능 여부와 조건이 다르고, 대출은 이자가 붙으며 갚지 않으면 보장이 줄어든다. 일시적인 어려움이면 이런 방법으로 버티고, 형편이 오래 바뀌었다면 감액이나 감액완납으로 계약의 크기를 형편에 맞춘다.
도구: 조회, 비교, 찾기
분석표의 첫 줄은 "내가 무엇을 가지고 있는가"다. 부모님이 들어 준 보험, 대출받을 때 든 보험, 오래전에 잊은 보험까지 찾아야 표가 완성된다. 다행히 공공 성격의 조회 서비스가 있다.
- 내보험다보여: 한국신용정보원이 운영하는 통합 조회 서비스로, 본인 명의의 보험 계약 목록과 주요 보장을 한곳에서 본다. 공제(조합 계약)나 일부 단체보험은 빠질 수 있다.
- 보험다모아: 생명보험협회·손해보험협회가 운영하는 온라인 보험 비교 사이트다. 같은 나이·성별 조건에서 실손, 정기, 암, 자동차 같은 표준적인 보장의 보험료를 비교할 수 있다. 다만 특약 구성과 보장 정의가 다르면 가격만으로 비교할 수 없다는 점(5장)은 그대로다.
- 내보험찾아줌: 받을 수 있는데 받지 않은 보험금(중도보험금, 만기보험금, 휴면보험금)을 찾아 준다. 소멸시효가 지난 휴면보험금도 회사에 따라 찾아갈 수 있는 경우가 있다.
지우는 내보험다보여에서 계약 목록을 받아 분석표의 첫 칸을 채웠다. 부모님이 2012년에 든 두 계약이 그대로 나왔고, 기억하지 못하던 계약은 없었다. 대신 대학 시절 가입했다가 해지한 상해보험 기록이 있어, 해지할 때 환급금을 정말 받았는지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아이 보험과 노후 간병·치매 보험
생애 단계 그림의 양 끝에 있는 두 보험은 상담에서 자주 나오지만 판단이 까다롭다. 감정이 크게 움직이는 주제라서다.
아이 보험
어린이보험은 태아 때부터 가입할 수 있고, 실손·입원·수술·골절·진단비·배상책임을 묶어 파는 경우가 많다. 아이의 실손과 일상생활배상책임은 보험료가 작고 쓰임이 잦아 우선순위가 높다. 반면 몇 가지는 따져 볼 만하다.
- 순서: 아이에게 가장 큰 위험은 아이 자신의 병보다 부모의 사망·소득 중단이다. 부모의 정기보험과 진단비가 비어 있는데 아이 보험을 두껍게 드는 것은 그림 1의 층을 거꾸로 쌓는 것이다.
- 만기: 100세 만기 어린이보험은 보험료가 비싸지고, 70~80년 뒤의 보장 금액은 물가를 생각하면 크게 가벼워진다. 성인이 된 뒤 스스로 다시 설계할 여지를 남기는 만기(예: 30세 전후)도 함께 비교한다.
- 특약의 수: 입원 일당이나 소액 수술비처럼 실손과 겹치는 정액 특약이 많으면 보험료는 늘고 쓰임은 겹친다.
노후 간병·치매 보험
간병과 치매는 오래 이어지고 비용이 크다는 점에서 보험으로 이전할 이유가 있다. 다만 먼저 확인할 1층이 있다. 노인장기요양보험(13장)은 등급을 받으면 요양시설·방문요양 비용의 상당 부분을 부담한다. 사적 보험은 그 위의 빈틈(본인부담, 간병인 비용, 소득 감소)을 메우는 역할이다.
- 지급 조건의 정의: 치매 보험은 대개 임상치매척도(CDR) 같은 기준으로 경증·중등도·중증을 나누고 단계별로 지급한다. 경증 진단비가 큰 상품은 보험료가 비싸고, 중증만 보장하면 받을 확률이 낮아진다. 장기요양 등급 연동형은 등급 기준이 바뀌면 영향을 받는다.
- 갱신과 보험료: 간병인 사용 일당처럼 비용을 직접 보장하는 상품은 갱신형이 많고, 고령에 갱신 보험료가 크게 오를 수 있다(7장).
- 가입 시점: 늦게 가입하면 비싸고 심사가 어렵고, 일찍 가입하면 수십 년 동안 보험료를 낸다. 은퇴 전 50대에 노후 소득과 함께 검토하는 경우가 많다.
- 지정대리청구인: 치매가 오면 본인이 청구하기 어렵다. 가족을 지정대리청구인으로 미리 정해 두는지 확인한다.
두 보험 모두 "필요 없다"도 "꼭 필요하다"도 아니다. 아래층이 채워졌는지, 예산 안인지, 지급 조건을 이해했는지를 먼저 묻는다.
지우네 최종 보장 분석표
열일곱 장의 메모를 분석표 한 장에 모았다. 아래는 위 분석표 시뮬레이터의 Before와 After를 그대로 옮긴 것이다. 신규 계약의 보험료는 교육용 모델 값이다.
| 계약 | Before(월) | After(월) | 판단 |
|---|---|---|---|
| 지우 종신보험(사망 1억원) | 120,000 | 120,000 | 유지. 다시 살 수 없는 조건(4%), 2032년 납입 완료 |
| 지우 2세대 실손 | 28,000 | 28,000 | 유지(8장 비교) |
| 지우 갱신형 암 3,000만원 | 32,000 | 32,000 | 유지, 46세 갱신 전 재검토(7장) |
| 지우 운전자보험 | 15,000 | 14,000 | 배상 특약 삭제(중복, 12장) |
| 주택화재보험(배상 특약 포함) | 9,000 | 9,000 | 유지, 배상책임은 여기 하나로 |
| 민서 4세대 실손 | 14,000 | 0 | 단체실손 재직 중 중지, 퇴사 시 재개(8장) |
| 민서 회사 단체보험 | 0 | 0 | 퇴사하면 소멸, 사망 공백 계산에서는 뺐다(10장) |
| + 지우 정기보험 2억(60세)+2억(50세) | — | 43,118 | 사망 공백 약 3억 8,900만원, 사다리(10장) |
| + 지우 암 진단 2,000만원(비갱신) | — | 28,612 | 암 진단비 합계 5,000만원(9장) |
| + 지우 뇌혈관·허혈성 각 1,000만원(무해지) | — | 18,802 | 좁은 정의 위에 넓은 정의(9장) |
| + 민서 정기보험 2억(60세)+1억(50세) | — | 18,143 | 사망 공백 약 3억 400만원(10장) |
| + 민서 암 3,000만원·뇌·심장 각 1,000만원 | — | 52,882 | 진단비 첫 마련 |
| 합계(자동차 제외) | 218,000 | 364,557 | 실수령 590만원의 약 3.7% → 약 6.2% |
| 자동차보험(연 74만원) | 62,000 | 62,000 | 별도. 갱신 때 특약 할인 확인(12장) |
월 21.8만원에서 36.5만원으로: 해지는 없이, 공백만 채운 설계
도윤은 분석표를 들고 와서 먼저 우선순위를 말했다. "첫째는 아이가 생기면 가장 무거워질 사망보장, 둘째는 둘의 소득을 지킬 진단비, 셋째는 겹친 것 정리입니다." 사망은 10장의 결론 그대로다. 지우의 공백 약 3억 8,900만원은 60세 만기 2억원과 50세 만기 2억원의 사다리로, 민서의 공백 약 3억 400만원은 60세 만기 2억원과 50세 만기 1억원으로 채웠다. 진단비는 지우의 암 3,000만원에 비갱신형 2,000만원을 더해 9장의 목표 5,000만원을 맞추고, 뇌출혈·급성심근경색만 보장하던 좁은 특약 위에 뇌혈관질환·허혈성심장질환 각 1,000만원을 얹었다. 모델로 보면 뇌출혈은 뇌혈관질환 전체 발생의 약 13%, 급성심근경색은 허혈성심장질환의 약 28%에 그친다. 민서에게는 처음으로 진단비가 생겼다.
해지한 계약은 없다. 종신보험은 교체 계산기에서 같은 보장을 다시 사는 데 2,500만원 넘게 든다는 숫자가 나왔고, 갱신형 암보험은 46세 갱신 전에 다시 보기로 했다(7장). 정리한 것은 운전자보험의 배상 특약 하나(12장)와, 단체실손이 있는 동안 멈춘 민서의 개인실손(8장)이다. 월 보험료는 자동차보험을 빼고 21.8만원에서 약 36.5만원으로 늘었다. 가구 실수령 590만원의 약 6.2%로 5~8% 띠 안이고, 생활비를 빼고도 매달 190만원 남짓이 저축으로 남는다. 2032년 종신보험 납입이 끝나면 월 12만원이 줄고, 50세 만기 정기보험이 끝나는 해에도 한 번 더 준다. 민서는 "보험료가 1.7배인데 괜찮은 거냐"고 물었고, 도윤은 새로 더한 약 16.2만원이 모두 아이가 생기면 가장 먼저 필요할 두 층(사망보장 약 6.1만원, 진단비 약 10.0만원)에 들어가고, 정리한 두 건이 1.5만원을 덜어 준다는 점을 표로 보여 줬다. 지우는 이 설계에서 도윤이 받는 수수료도 물었고, 도윤은 교체 없이 추가만 한 설계라 종신 교체(승환)를 함께 권했을 때보다 적다는 것을 숨기지 않았다.
핵심 정리
- 보장은 사회보험 → 실손 → 소득 보장(진단비) → 사망(부양가족) → 배상책임 순서로 확인하고 채운다. 아래층일수록 누구에게나 필요하고, 보장 1원당 싸고, 놓치면 되돌리기 어렵다.
- 우선순위는 생애 단계에 따라 움직인다. 사망보장은 자녀 출생 때 솟고 자녀 독립과 함께 내려가는 산 모양이라 정기보험이 잘 맞는다. 결혼·출산·이사·이직·은퇴는 다시 볼 신호다.
- 보험료 예산은 "20년 동안 낼 수 있는가"가 먼저다. 가구 실수령의 약 5~8%는 흔히 쓰는 점검선일 뿐 절대 기준이 아니다. 과한 보장의 월 10만원은 30년 연 4%면 약 6,853만원의 기회비용이다.
- 보장 분석표는 계약이 아니라 항목별로 모은다. 공백(필요 대비 부족), 중복(실손·배상의 비례보상), 쏠림(한 계약에 몰린 보험료)을 찾는다.
- 교체에는 해지 손실, 새 사업비, 높아진 나이·낮아진 이율, 새 면책·심사가 붙는다. 고칠 수 있으면 특약 추가·감액으로 고치고, 교체는 새 계약 성립 뒤에 한다.
- 보험료를 못 낼 때는 해지 전에 감액, 감액완납(금액을 줄이고 기간 유지), 연장정기(금액 유지, 기간 단축)를 검토한다. 내보험다보여·보험다모아·내보험찾아줌으로 조회·비교·찾기를 한다.
확인 퀴즈
부양가족이 없는 28세 직장인이 국민건강보험 외에 아무 보험도 없다. 보장 설계의 순서로 볼 때 가장 먼저 검토할 것은?
18세에 예정이율 4%로 가입해 14년째 내고 있는 종신보험에서, 아이가 생기며 사망보장이 3억원쯤 부족하다는 것을 알았다. 이 장의 원칙에 가장 맞는 대응은?
보험료를 더 낼 수 없어 납입을 멈추고 싶다. 사망보장 금액은 그대로 두되 보장 기간을 줄이는 방법은?
"가구 실수령의 5~8%"라는 보험료 예산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알맞은 것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