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료와 사업비의 경제학
설계사는 무엇으로 돈을 벌까. 고객에게 직접 상담료를 받지 않으니 공짜처럼 보이지만, 판매 비용은 보험료 안에 들어 있다. 그 돈은 계약 첫해에 크게 지급되고, 고객이 일찍 해지하면 설계사가 돌려내야 한다. 이 단순한 구조가 해지환급금이 초기에 작은 이유, 설계사가 조기 해지를 두려워하는 이유, "갈아타세요"라는 권유가 생기는 이유, 연말마다 "이달이 마지막"이라는 말이 도는 이유를 한꺼번에 설명한다. 이 장은 수수료의 흐름을 가입자와 설계사 양쪽에서 계산한다. 수수료를 아는 가입자는 권유를 더 정확히 읽고, 수수료를 아는 설계사는 오래 가는 길을 고를 수 있다.
- 보험료 가운데 계약체결비용과 계약관리비용이 차지하는 몫과, 그 비용이 계약 초기에 몰리는 이유를 엔진으로 계산한다.
- 선지급 수수료 구조와 1200% 규칙(첫해 모집수수료를 월 보험료의 12배 이내로)을 이해하고 지급 일정별 차이를 본다.
- 환수 규정과 계약 유지율이 설계사의 기대 수입을 어떻게 바꾸는지 계산한다.
- 승환계약이 가입자에게 주는 손실과 설계사에게 주는 수입을 같은 화면에서 비교하고, 부당 승환 금지와 비교 안내 제도를 안다.
- 시책과 절판 마케팅, 수수료 개편의 방향, 상품설명서와 해지환급금 예시표로 사업비를 확인하는 법, 설계사의 지속 가능한 수입 구조를 익힌다.
내 보험료에서 판매 비용이 차지하는 몫
3장에서 보험료를 세 부분으로 나눴다. 사고가 나면 보험금으로 나가는 위험보험료, 나중을 위해 쌓아 두는 저축보험료, 보험회사가 회사를 운영하는 데 쓰는 부가보험료(사업비)다. 이 장의 주인공은 세 번째다. 사업비는 다시 둘로 나뉜다. 계약을 맺는 데 드는 계약체결비용(신계약비: 설계사 수수료, 대리점 몫, 심사·증권 발급, 광고)과, 계약을 유지하는 데 드는 계약관리비용(유지비: 수금, 전산, 고객 관리, 일반 관리비)이다.
이 책의 엔진은 계약체결비용을 첫해 연 보험료의 배수 α(기본 0.9)로, 계약관리비용을 매년 보험료의 비율 β(기본 8%)로 둔다. α = 0.9는 "첫해 보험료의 90%를 계약 체결에 쓴다"는 뜻이다. 그 돈은 보험료를 납입하는 동안 조금씩 나눠 회수되므로 보험료 전체로 보면 몫이 크지 않다. 하지만 돈이 실제로 나가는 시점은 첫해에 몰린다.
아래에서 상품을 고르고, α와 β를 바꿔 본다. 위쪽 막대는 월 보험료를 세 부분으로 나눈 것이고, 아래쪽은 해마다 낸 보험료(테두리)와 그해 실제로 쓰인 사업비(빨간 막대)다. 첫해 막대 위의 손잡이를 위아래로 끌어도 α가 바뀐다.
보험료 속 사업비, 언제 얼마나 쓰이나
두 가지를 기억한다. 첫째, 판매 비용은 보험료 전체로 보면 한 자릿수에서 십몇 % 정도지만, 계약 첫해에는 그해 보험료 대부분을 차지할 만큼 크다. 둘째, 그래서 보험회사는 첫해에 쓴 돈을 아직 회수하지 못한 상태다. 고객이 일찍 해지하면 회수하지 못한 몫을 해지환급금에서 덜 주고(3장), 설계사에게 이미 준 수수료를 돌려받는다. 이 장의 나머지는 이 '선지급과 회수'의 결과들이다.
이 책의 교육용 모델로 계산한 값이다. 사업비는 매달 4,814원씩 걷지만, 첫해에는 계약체결비용 α × 연 보험료(약 41.8만원)와 그해 계약관리비용(약 3.7만원)이 한꺼번에 쓰인다.
선지급 수수료와 1200% 규칙
설계사가 받는 모집수수료는 대개 월 보험료의 몇 배로 정해진다. 한국의 보장성 보험은 오랫동안 첫해에 수수료 대부분을 몰아서 주는 선지급 방식이었다. 이 책의 엔진은 교육용으로 총 수수료를 월 보험료의 17배, 그중 첫해 12배, 나머지를 2~7년차에 나눠 주는 구조를 기본값으로 쓴다. 월 10만원짜리 계약이면 첫해에 120만원, 7년 동안 모두 170만원이다.
여기에 보험회사가 판매채널에 주는 추가 인센티브인 시책이 더해지면 첫해 지급액이 월 보험료의 20배, 30배까지 커지던 시기가 있었다. 첫해에 연 보험료보다 많은 돈을 받으니, 계약을 맺고 1년 남짓 보험료를 대신 내 주고도 남는 이상한 유인까지 생겼다. 그래서 2021년부터 1200% 규칙이 시행됐다. 계약 첫해에 설계사·대리점에 지급하는 모집수수료(시책 포함)를 그 계약의 월 보험료 12배 이내로 묶는 규칙이다. 처음에는 대면 채널을 중심으로 시행됐고 이후 적용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2026년 기준, 세부 적용은 채널과 시기에 따라 다르다).
아래에서 지급 방식을 바꿔 본다. 테두리 막대는 고객이 해마다 내는 보험료, 금색 막대는 설계사가 받는 수수료, 빨간 막대는 해지 때 돌려내는 환수다. 그래프 위 세로선을 끌어 고객이 해지하는 해를 고르고, 시책을 켜서 상한을 넘겨 본다.
수수료 지급 일정과 해지 시점
선지급 구조는 신입 설계사에게 빠른 현금을 준다는 장점이 있다. 몇 달 일하고 수입이 없으면 버티기 어렵기 때문이다. 대신 대가가 크다. 첫해에 대부분을 받고 나면 그 계약을 관리할 금전적 유인이 작아지고, 새 계약을 계속 만들어야 수입이 유지된다. 반대로 분급과 균등 지급은 계약이 오래 유지될수록 설계사가 버는 구조라 고객의 이익과 같은 방향을 본다. 수수료 개편이 분급 쪽으로 움직이는 이유다(뒤에서 다시 본다).
환수와 유지율: 설계사가 조기 해지를 두려워하는 이유
환수(Clawback)는 계약이 일찍 해지되거나 효력을 잃으면 이미 지급한 수수료를 설계사에게서 돌려받는 것이다. 보험회사 입장에서는 첫해에 미리 준 돈을 회수하지 못한 채 계약이 사라지는 것을 막는 장치이고, 가입자 입장에서는 설계사가 "일단 팔고 보자"는 계약을 덜 만들게 하는 장치다.
계약이 얼마나 오래 유지되는지는 회차별 유지율로 잰다. 13회차 유지율은 계약 후 13번째 보험료까지 낸 계약의 비율, 25회차 유지율은 25번째까지 낸 비율이다. 이 책의 엔진은 업계 평균 근처의 교육용 근사로 13회차 약 86%, 25회차 약 72%, 61회차 약 48%를 쓴다. 다섯 명 중 한 명 넘게 2년 안에 계약을 그만두고, 5년이 지나면 절반 남짓만 남는다는 뜻이다.
그러면 설계사가 계약 한 건에서 실제로 기대할 수 있는 수입은 표에 적힌 170만원이 아니다. 해지된 해에 따라 받는 돈이 다르고, 일찍 해지되면 돌려내야 한다. 이를 확률로 평균하면 이렇다.
아래 100칸은 설계사 한 명이 판 계약 100건이다. 7년이 흐르면서 해지된 계약이 하나씩 꺼진다. 13회차 유지율을 바꿔 계약 한 건의 기대 수수료가 어떻게 변하는지, 선지급과 분급에서 어떻게 다른지 본다.
유지율이 바꾸는 계약 한 건의 값
설계사가 조기 해지를 두려워하는 이유가 숫자로 보인다. 같은 100건을 팔아도 유지율이 낮으면 수입이 크게 줄고, 이미 써 버린 첫해 수수료를 돌려내야 하는 부담까지 생긴다. 그래서 유지율은 설계사의 평판이자 수입이다. e-클린보험서비스에서 설계사의 계약 유지율을 공개하는 이유도 여기 있다(14장). 다만 유지율 압박에는 그림자도 있다. 고객이 해지를 원할 때 2년만 버티라고 설득하거나, 환수 기간이 끝나자마자 연락이 끊기는 경우다. 환수 기간이 지나면 다시 승환의 유인이 살아난다는 점도 기억해 둔다.
승환계약의 비용: 누가 잃고 누가 버는가
승환은 이미 가진 보험을 해지하게 하고 비슷한 새 보험에 가입시키는 것을 뜻하는 업계 말이다. 환수 기간이 지난 오래된 계약은 설계사에게 더는 수입을 주지 않는다. 그것을 새 계약으로 바꾸면 다시 첫해 수수료가 생긴다. 고객에게는 "요즘 상품이 보장이 더 좋다", "예전 보험은 보장이 부족하다"는 말이 붙는다. 실제로 보장이 나아지는 경우도 있지만, 갈아타는 비용은 대개 고객이 모두 진다.
지우의 종신보험으로 직접 계산한다. 2012년 18세에 부모님이 가입해 준 계약으로, 예정이율이 약 4%인 시절의 상품이다. 계산은 주계약 사망 1억원만 한다(특약은 해지환급금이 거의 없어 손실 계산에서 뺀다). 누군가 "이 오래된 종신 정리하고 월 20만원짜리 새 종신으로 갈아타면 보장이 더 커진다"고 권했다고 하자. 두 길을 '앞으로 낼 돈'으로 비교한다. 갈아타는 길은 새 계약의 보험료를 내고 기존 계약의 해지환급금을 받는다. 유지하는 길은 기존 계약의 남은 보험료를 내고, 새 계약이 주는 만큼 늘어나는 보장은 같은 조건의 추가 가입으로 채운다. 그래야 보장이 같은 두 길을 공정하게 비교할 수 있다.
경과 연수와 새 계약 보험료를 바꾸고, 기존 계약의 예정이율을 바꿔 본다.
승환 계산기: 갈아탈 때 vs 유지하고 더할 때
숫자가 말하는 것은 분명하다. 오래된 계약, 특히 예정이율이 높던 시절의 계약을 깨는 것은 대부분 손해다. 늘리고 싶은 보장이 있다면 기존 계약을 둔 채 부족한 부분만 더하는 쪽이 거의 언제나 싸다. 손실은 숫자만이 아니다. 새 계약은 보장개시일, 암 보장의 면책 기간(대개 90일)과 감액 기간(1~2년), 고지의무 위반을 따질 수 있는 기간(4장)이 처음부터 다시 시작된다. 그사이 건강검진에서 무언가 발견되면 새 계약은 거절되거나 조건이 붙을 수 있는데, 기존 계약은 이미 해지된 뒤다.
부당 승환 금지와 비교 안내
그래서 법이 개입한다. 보험업법은 기존 계약을 해지하게 하고 비슷한 계약을 새로 맺게 하면서 보험료, 보장 범위, 예정이율 같은 중요한 차이를 알리지 않는 행위를 금지한다. 기존 계약이 소멸한 날을 전후한 일정 기간(대표적으로 1개월, 중요한 사항을 비교해 알리지 않았다면 그보다 긴 기간, 약 6개월) 안에 새 계약을 맺게 하면 부당 승환으로 볼 수 있다. 그래서 설계사는 기존 계약과 새 계약을 비교한 안내 자료를 주고 가입자의 확인을 받는다. 부당하게 갈아탄 가입자는 일정 기간 안에 기존 계약을 되살리고 새 계약을 취소해 달라고 청구할 수 있는 길도 있다(세부 요건과 기간은 2026년 기준 법령에서 확인한다).
시책과 절판 마케팅
시책은 보험회사가 특정 기간·상품의 판매를 늘리려고 판매채널에 주는 추가 인센티브다. 현금, 상품권, 해외 연수, 실적 경쟁 포상 같은 형태가 있다. 수수료가 상품마다 정해진 기본값이라면 시책은 그 위에 얹는 '이번 달 특별 보너스'다. 1200% 규칙 이후 첫해 시책은 수수료와 합쳐 상한 안에 들어와야 하지만, 상한 안에서 어느 상품에 몰아주느냐는 여전히 판매를 움직인다.
절판 마케팅은 "이 상품은 이달 말로 판매가 끝난다", "다음 달부터 보험료가 오른다"며 가입을 서두르게 하는 판매 방식이다. 예정이율 인하, 보험료 산출 기준 변경, 상품 개정을 앞두고 실제로 조건이 나빠지는 경우가 있어 완전히 거짓은 아니다. 문제는 서두르게 만든 계약의 질이다. 충분히 비교하지 않고 맺은 계약은 일찍 해지되기 쉽다.
아래는 한 판매 조직의 2년이다. 평소에는 매달 20건씩 판다. 4~6월에 시책을 걸고, 12월에 절판 공지를 낸다고 하자. 시책 크기를 바꾸고 절판 공지를 켜서, 늘어난 판매 가운데 몇 건이 13개월 안에 사라지는지 본다.
시책과 절판이 만드는 판매의 파도
시책과 절판은 판매량을 늘리지만 그 일부는 미래 판매를 앞당긴 것이고, 또 일부는 오래가지 못한다. 유지율이 낮은 계약은 가입자에게는 해지 손실이, 설계사에게는 환수가, 보험회사에게는 회수하지 못한 사업비가 된다. 모두가 지는 판매다. 그래서 감독 당국은 과도한 시책과 절판 마케팅을 지켜보고, 보험회사도 유지율이 낮은 판매에 수수료를 덜 주는 구조를 늘려 왔다.
수수료 개편의 방향
이 장의 문제들, 즉 선지급이 만드는 단기 실적 압박, 환수 기간 뒤의 승환 유인, 시책 경쟁을 줄이려고 금융당국은 판매수수료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큰 방향은 세 가지다. 첫째, 선지급 비중을 줄이고 수수료를 여러 해(예: 4~7년)에 나눠 주는 분급을 넓힌다. 둘째, 1200% 규칙의 적용 범위를 넓혀 판매채널 사이의 빈틈을 줄인다. 셋째, 상품별 판매수수료 수준을 소비자가 볼 수 있게 공시하는 방안이다. 이 개편은 2026년 기준으로 단계적 시행과 논의가 진행 중이며, 세부 내용과 시기는 바뀔 수 있다. 앞의 시뮬레이터에서 봤듯 분급은 유지율이 높은 설계사에게는 큰 차이가 없고, 유지율이 낮은 판매에서 수입을 줄인다. 대신 신입 설계사의 초기 현금이 줄어 정착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제기된다.
가입자가 사업비를 확인하는 법
사업비는 숨겨진 돈이 아니다. 상품설명서와 가입설계서에 적혀 있다. 다만 어디를 봐야 하는지 알아야 한다.
해지환급금 예시표는 사업비를 거꾸로 읽는 도구다. 환급금이 낸 돈보다 적은 이유는 위험보험료(이미 보장을 받은 값)와 아직 회수하지 못한 계약체결비용 때문이다. 아래에서 세로선을 끌어 해지 시점을 고르고, α를 바꿔 본다. 점선은 계약체결비용이 없었다면 받았을 금액이다. 점선과 실선의 차이가 그 시점에 아직 남아 있는 판매 비용이다.
해지환급금 예시표로 사업비 거꾸로 읽기
설계사의 지속 가능한 수입
지금까지 본 구조를 설계사 한 사람의 10년으로 모아 본다. 두 가지 영업 방식을 비교한다. 정직 모델은 고객에게 맞는 계약을 팔고(평균 월 보험료 7만원, 매달 3건), 유지율이 높으며(13회차 92%), 만족한 고객이 해마다 소개를 해 준다. 승환 모델은 보험료가 큰 계약 위주로 더 많이 팔고(평균 10만원, 매달 5건), 기존 계약을 깨는 판매가 섞여 유지율이 낮고, 소개가 없으며, 해마다 일정 확률로 부당 승환·불완전판매가 적발되어 일을 그만두게 된다.
소개율, 승환 모델의 유지율, 감독 강도를 바꾸면서 두 사람의 누적 수입이 어디서 엇갈리는지 본다. 그래프는 10년이 흐르며 그려진다.
10년 뒤 누가 더 벌었나: 정직 모델 vs 승환 모델
모델은 단순하지만 방향은 분명하다. 승환 모델은 빨리 벌지만 고객을 쌓지 못한다. 매년 새 계약을 처음부터 다시 만들어야 하고, 유지율이 낮아 환수가 따라붙고, 적발 위험이 해마다 누적된다. 정직 모델은 처음 몇 년이 느리지만 유지되는 고객이 쌓이고, 그 고객이 소개를 낳는다. 다만 이 결론은 소개와 감독이 작동한다는 조건 위에 있다. 설계사 한 사람의 윤리에만 기대지 않고 유지율 공개, 수수료 분급, 감독이 함께 필요한 이유다.
지우네 상담 노트: 도윤의 수수료
14장에서 민서가 물었다. "그럼 도윤 씨는 뭘로 돈을 벌어요?" 이번에는 도윤이 직접 계산기를 꺼냈다.
340만원짜리 제안을 거절한 이유
지금까지의 상담으로 지우네에게 더할 계약은 두 가지다. 9장의 진단비 보강과 10장의 정기보험이다. 계산을 위해 진단비 보강을 암 진단비 2,000만원 추가, 뇌혈관질환·허혈성심장질환 진단비 각 1,000만원(90세 만기, 20년납)으로, 정기보험을 10장의 결론대로 2억원(60세 만기)과 2억원(50세 만기) 두 건으로 두면, 이 책의 모델로 월 보험료는 진단비 보강 약 5.4만원, 정기보험 약 4.3만원, 합계 약 9.7만원이다. 이 장의 수수료 가정(총 17배, 첫해 12배)으로 도윤이 받는 돈은 첫해 약 117만원, 7년 동안 모두 약 165만원이다. 정기보험을 14장의 결론대로 CM으로 가입하면 그 몫(약 73만원)은 도윤에게 오지 않는다.
같은 GA의 선배는 다른 길을 귀띔했다. "지우 씨 종신, 2012년 거잖아. 정리하고 월 20만원짜리 새 종신으로 바꾸자고 해. 사망보장도 1억 2천으로 늘어나고." 새 종신 월 20만원이면 도윤의 수수료는 첫해 240만원, 모두 340만원이다. 도윤은 이 장의 승환 계산기를 지우네 앞에서 그대로 돌렸다. 지우의 종신은 예정이율이 약 4%인 시절의 계약이라 14년이 지난 지금 주계약 해지환급금(약 1,016만원)이 이미 낸 주계약 보험료(약 936만원)보다 많다. 갈아타면 늘어나는 보장까지 같게 맞췄을 때 앞으로 약 2,500만원을 더 내고, 암 보장의 면책·감액 기간과 고지의무 기간이 처음부터 다시 시작된다. 도윤의 결론은 이랬다. "종신은 6년만 더 내면 납입이 끝나요. 이건 제가 받을 수 있는 수수료 중 가장 큰 제안이지만, 지우에게는 가장 나쁜 제안이에요."
지우는 고마우면서도 미안했다. 도윤은 웃으며 계산을 하나 더 보여 줬다. 승환 모델은 처음에 빨리 벌지만 유지되는 고객이 쌓이지 않고 환수와 적발 위험이 따라붙는다는, 이 장 마지막 시뮬레이터의 결론이었다. 도윤이 판 계약의 13회차 유지율은 GA 평균보다 높고, 그것이 e-클린보험서비스에 기록되고, 지우 같은 고객의 소개로 이어진다. 도윤에게 이 거절은 손해가 아니라 10년짜리 영업 방식의 선택이었다. 그래도 도윤은 숨기지 않았다. "솔직히 연말 시책 기간이면 이런 제안이 흔들릴 때도 있어. 그래서 계산기를 먼저 돌리는 거야."
핵심 정리
- 사업비는 계약체결비용(신계약비)과 계약관리비용(유지비)으로 나뉜다. 보험료 전체로 보면 몫이 크지 않지만, 첫해에는 그해 보험료 대부분이 판매·관리에 쓰인다.
- 보험회사는 판매 비용을 첫해에 먼저 쓰고 이후 보험료로 회수한다. 그래서 초기 해지환급금이 작고, 일찍 해지되면 설계사의 수수료를 환수한다.
- 1200% 규칙은 첫해 모집수수료와 시책을 합쳐 월 보험료의 12배 이내로 묶는다(2021년 시행, 적용 범위 확대 중). 선지급은 빠른 현금을, 분급은 고객과 같은 방향의 유인을 준다.
- 계약 한 건의 기대 수수료는 유지율에 크게 좌우된다. 유지율이 낮으면 환수가 불어나 판매를 많이 해도 수입이 늘지 않는다.
- 승환은 해지 손실·새 사업비·나이와 이율 차이·다시 시작되는 면책 기간을 가입자가 지고, 새 수수료는 판매 쪽이 받는다. 늘릴 보장은 기존 계약을 둔 채 더하는 쪽이 대개 싸다. 중요한 차이를 알리지 않는 부당 승환은 금지되고 비교 안내가 의무다.
- 시책과 절판 마케팅은 판매를 앞당기고 늘리지만 유지율이 낮은 계약을 만든다. 수수료 분급 확대와 수수료 공시가 추진 중이다(세부 시기는 바뀔 수 있다).
- 가입자는 상품설명서의 사업비 항목과 해지환급금 예시표로 사업비를 확인한다. 설계사는 유지율과 소개로 쌓는 수입이 장기적으로 더 크고 안전하다.
확인 퀴즈
월 보험료 10만원짜리 계약에서 1200% 규칙이 뜻하는 것은?
설계사가 계약 후 1~2년 안의 해지를 특히 두려워하는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14년 동안 보험료를 낸 예정이율 4% 종신보험을 해지하고 새 종신보험(예정이율 2.5%)으로 갈아타자는 권유에 대한 이 장의 분석으로 알맞은 것은?
해지환급금 예시표에서 1년차 환급률이 매우 낮다. 그 이유로 가장 알맞은 것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