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성·연금·변액보험
전세대출 이자를 내러 은행에 간 지우에게 창구 직원이 말한다. "적금보다 이율이 좋고, 10년만 두시면 이자에 세금이 하나도 안 붙어요. 월 50만원이면 딱 좋습니다." 보험인데 저축이고, 저축인데 보험이라고 한다. 이 장은 그 말을 하나씩 숫자로 바꿔 본다. 내 돈이 어디로 나뉘어 들어가는지, 언제 해지하면 얼마를 돌려받는지, 비과세는 정말 얼마를 아껴 주는지, 펀드에 넣는 변액보험과 평생 받는 연금보험은 무엇이 다른지를 직접 끌어 보며 확인한다.
- 저축성보험의 보험료가 위험보험료·저축보험료·사업비로 나뉘는 구조를 이해하고, 해지환급금 곡선에서 원금 회복 시점을 읽는다.
- 공시이율·최저보증이율과 현금흐름으로 계산한 실질 수익률(IRR)의 차이를 안다.
- 저축성보험 비과세 요건을 알고, 비과세 혜택이 사업비를 이기는 조건을 계산한다.
- 변액보험의 수수료 구조와 최저보증의 의미, 예금자보호의 범위를 안다.
- 연금보험·연금저축·IRP를 비교하고, 종신형 연금이 오래 사는 위험을 보험으로 넘기는 장치임을 이해한다.
보험으로 저축한다는 것
은행 적금은 단순하다. 넣은 돈에 약속한 이자가 붙고, 중간에 깨면 이자를 덜 받을 뿐 원금은 그대로다. 저축성보험은 다르다. 매달 내는 보험료가 세 갈래로 나뉜다. 사망이나 사고에 대비한 위험보험료(Risk premium), 나중에 돌려줄 몫으로 쌓는 저축보험료(Saving premium), 그리고 판매 수수료와 계약 관리에 쓰는 사업비(Loading)다. 3장의 3이원방식이 저축 상품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저축성보험에서는 저축보험료가 가장 크고, 위험보험료는 아주 작다. 문제는 사업비다. 사업비 가운데 판매 수수료에 해당하는 신계약비(Acquisition cost)는 계약 초기 몇 년에 몰려서 빠진다. 설계사나 판매 창구에 수수료가 먼저 지급되기 때문이다(15장). 그래서 같은 돈을 넣어도 처음 몇 년은 적립금이 낸 돈보다 적다.
이 구조가 저축성보험의 복잡함이 어디서 왔는지를 보여 준다. 보장과 저축을 한 계약에 묶었고, 판매에 드는 비용을 첫해에 한꺼번에 떼지 않고 몇 년에 걸쳐 나눠 회수한다. 묶음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사망보장이 조금 붙고, 강제로 오래 저축하게 만들고,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묶음 때문에 "이 상품의 진짜 수익률이 얼마인가"라는 단순한 질문에 답하기가 어려워진다. 이 장의 시뮬레이터는 모두 그 질문 하나에 답하려는 것이다.
해지환급금 곡선: 언제 깨면 얼마를 받는가
보험을 중간에 해지하면 돌려받는 돈을 해지환급금(Surrender value)이라 하고, 낸 보험료 합계 대비 해지환급금의 비율을 환급률이라 한다. 환급률이 100%가 되는 시점이 원금 회복 시점이다. 저축성보험을 판단하는 첫 번째 숫자가 바로 이것이다.
아래는 월 50만원을 내는 저축성보험이다. 세로선을 끌어 해지 시점을 고른다. 오른쪽에서 상품 유형(사망보장이 없는 순수 저축형, 사망보장이 붙은 양로형), 납입 기간, 신계약비의 크기, 공시이율을 바꿔 본다. 흐린 점선은 사업비가 전혀 없다면 쌓였을 금액이다.
낸 돈 vs 해지환급금
곡선이 낸 돈 선 아래에 머무는 동안의 간격이 해지할 때 잃는 돈이다. 이 간격은 신계약비가 클수록 넓고 오래간다. 신계약비를 0으로 두어도 곡선은 점선(사업비가 없다면)에 닿지 않는다. 매달 보험료에서 떼는 유지비가 남기 때문이다. 이 책의 교육용 모델로 계산하면 기본값에서 20년 뒤 해지환급금은 약 7,841만원이고, 사업비가 없었다면 약 8,982만원이다. 그 차이 약 1,100만원이 20년 동안 사업비로 쓰인 몫과 그 이자다.
원금 회복 시점이 10년 안팎이라는 사실은 가볍지 않다. 이 계약은 "10년 안에는 깨지 않는다"는 약속을 전제로 설계되어 있다. 그런데 30대의 10년에는 결혼, 출산, 이사, 전세 보증금 인상, 이직이 들어 있다. 저축성보험은 중도 해지 비율이 높은 상품이고(15장의 유지율), 일찍 해지하는 사람일수록 사업비를 가장 비싸게 낸 사람이 된다.
공시이율, 최저보증이율, 그리고 실질 수익률
저축성보험 광고에서 가장 크게 보이는 숫자는 공시이율(Crediting rate)이다. 보험사가 시장금리와 자산운용 수익률을 반영해 달마다 정하는 적립 이율로, 적금의 금리처럼 보이지만 성격이 다르다. 공시이율은 보험료 전체가 아니라 사업비를 떼고 남은 적립금에 붙는다. 그리고 고정이 아니라 변한다.
금리가 아무리 떨어져도 이 아래로는 적립하지 않겠다는 바닥이 최저보증이율(Minimum guaranteed rate)이다. 2026년 무렵 상품에서는 가입 후 기간에 따라 연 1% 안팎에서 0%대까지 단계적으로 낮아지는 경우가 많다(약, 상품마다 다름). 최저보증이 있다는 것은 금리 하락 위험의 일부를 보험사가 진다는 뜻이고, 이것은 적금에는 없는 저축성보험의 장점이다. 다만 그 바닥은 대개 낮다.
그렇다면 이 상품의 진짜 수익률은 얼마인가. 공시이율 3%라고 해서 내 돈이 3%로 불어나는 것은 아니다. 매달 낸 돈과 해지할 때 받은 돈만 놓고, 그 현금흐름을 은행 이자로 환산한 값을 계산해야 한다. 이것을 내부수익률(IRR, Internal rate of return)이라 한다.
아래 위쪽 그림은 앞으로 20년의 공시이율이다. 둥근 손잡이를 위아래로 끌어 금리가 어떻게 변할지 직접 그린다. 회색 점선 아래로 내려가면 최저보증이율이 바닥을 받쳐 준다. 아래쪽 그림은 그 금리로 굴렸을 때 해지 시점별 실질 수익률이고, 초록 점선은 적금 금리에서 이자소득세 15.4%를 뺀 세후 금리다.
공시이율을 그리면 실질 수익률이 나온다
공시이율과 실질 수익률 사이에는 두 가지 틈이 있다. 첫째는 사업비다. 이율은 사업비를 뗀 적립금에만 붙으니, 보험료 전체로 보면 수익률이 이율보다 낮다. 둘째는 시간이다. 초기 사업비는 고정 비용이라 오래 유지할수록 연 단위로 나눈 부담이 작아진다. 그래서 IRR 곡선은 늘 처음에 깊게 음수로 시작해 시간이 지나며 공시이율 쪽으로 다가가지만 끝내 닿지는 않는다.
최저보증이율은 금리가 크게 떨어지는 시나리오에서 진가를 보인다. 적금은 만기 뒤 다시 가입할 때 그때의 낮은 금리를 받아야 하지만, 저축성보험은 계약 기간 내내 바닥이 유지된다. 거꾸로 금리가 오르는 시기에는 공시이율이 시장금리를 늦게 따라가는 경우가 많다. 최저보증은 공짜가 아니라, 그 비용이 공시이율과 사업비 어딘가에 들어 있다.
비과세는 사업비를 이길 수 있는가
저축성보험을 권하는 가장 강한 근거는 세금이다. 은행 이자에는 이자소득세 15.4%(지방소득세 포함)가 붙지만, 저축성보험은 요건을 갖추면 보험차익(받은 돈 − 낸 돈)에 세금을 매기지 않는다. 2026년 기준 요건의 대표값은 다음과 같다(INS.KR.taxFreeSaving).
| 방식 | 비과세 요건(2026년 기준, 요약) | 주의 |
|---|---|---|
| 일시납(거치식) | 계약자 1명당 납입 보험료 합계 1억원 이하, 10년 이상 유지 | 한도는 모든 회사의 저축성보험을 합산한다 |
| 월적립식 | 5년 이상 납입, 매달 균등하게 납입, 월 보험료 합계 150만원 이하, 10년 이상 유지 | 선납·증액 등으로 균등 요건이 깨지면 혜택을 잃을 수 있다 |
| 종신형 연금 | 55세 이후 연금 개시, 사망할 때까지 연금으로만 받는 등 별도 요건 | 한도 요건이 다르고, 계약 중 해지하면 혜택이 없다 |
10년 안에 해지하면 보험차익에 이자소득세가 붙는다. 다만 앞의 곡선처럼 초기에는 해지환급금이 낸 돈보다 적어서 보험차익 자체가 없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진짜 질문은 이것이다. 10년 이상 유지했을 때 아낀 세금이, 그동안 낸 사업비보다 큰가.
아래에서 같은 월 납입액을 저축성보험과 은행 적립(이자소득세 15.4%를 내며 복리로 굴린다고 가정)에 넣고, 해마다 해지했을 때 손에 쥐는 금액의 차이를 그렸다. 막대가 위로 올라가면 보험이 앞선 해다. 세로선을 끌어 시점을 고른다.
비과세 혜택 − 사업비, 언제 플러스가 되는가
막대가 위로 올라가려면 두 조건 가운데 적어도 하나가 필요하다. 보험의 적립 이율이 은행 금리보다 충분히 높거나, 아주 오래 유지하는 것이다. 비과세는 이자에 붙는 세금만 줄여 주므로, 이자가 쌓일 시간이 길어야 혜택이 커진다. 금리 3%에서 이자소득세 15.4%는 수익률로 약 0.46%포인트다. 해마다 보험료의 몇 %씩 떼는 사업비를 그 0.46%포인트로 메우려면 십수 년이 걸린다.
이것이 비과세를 "보너스"로 볼 때와 "투자 판단의 핵심"으로 볼 때의 차이다. 원래 오래 묶어 둘 돈이 있고, 그 돈을 세금 걱정 없이 금리 하락에 대비해 두고 싶은 사람에게 비과세 저축보험은 충분히 합리적인 선택일 수 있다. 하지만 "비과세라서 이득"이라는 말만으로 10년 안에 쓸지도 모르는 돈을 넣는 것은 비싼 거래다.
변액보험: 펀드 수익에서 무엇이 빠지는가
변액보험(Variable insurance)은 적립금을 공시이율 대신 펀드에 넣고, 펀드 수익률에 따라 적립금과 보험금이 변하는 상품이다. 변액연금, 변액유니버설, 변액종신 등이 있다. 주식형 펀드에 오래 넣으면 공시이율보다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지만, 손실도 가입자가 진다. 그리고 펀드 수익이 고스란히 내 것이 되지 않는다. 그 사이에 여러 겹의 비용이 있다.
변액보험에는 대개 두 가지 최저보증이 붙는다. 최저사망보증(GMDB)은 펀드가 폭락한 상태에서 사망해도 정해진 금액(보통 낸 보험료나 가입금액)을 사망보험금으로 보장한다. 변액연금의 최저연금적립금보증(GMAB)은 연금을 시작하는 시점의 적립금이 낸 보험료보다 적으면 그 차이를 보험사가 메워 준다. 시장이 나쁜 시나리오에서 바닥을 받치는 장치이고, 그 대가로 적립금에서 해마다 보증 수수료가 빠진다.
아래는 월 30만원을 10년 동안 넣고 20년째에 연금을 시작하는 변액연금이다. 같은 조건으로 100가지 시장 경로를 굴린다. 회색 선은 낸 보험료, 금색 선들은 경로별 적립금이다. 최저연금적립금보증을 켜면 20년째에 낸 돈 아래로 떨어진 경로가 낸 돈까지 끌어올려진다.
변액연금 100가지 시장 경로
시뮬레이터가 보여 주는 것은 변액보험의 두 얼굴이다. 기대수익률이 비용을 충분히 넘으면 오래 유지할수록 공시이율형보다 많이 쌓일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같은 상품, 같은 납입으로도 결과가 몇 배씩 갈리고, 펀드 운용보수와 보증 수수료는 운이 좋든 나쁘든 해마다 빠진다. 보증은 나쁜 경로를 막는 보험이고, 모든 보험처럼 평균적으로는 비용이다.
변액보험의 적립금은 원칙적으로 예금자보호 대상이 아니다. 펀드 자산은 보험사 고유 재산과 분리된 특별계정에 있어 보험사가 어려워져도 그대로 남지만, 투자 손실은 가입자의 몫이다. 다만 최저사망보험금·최저연금적립금처럼 보험사가 보증한 부분은 보호 대상에 들어간다(세부는 예금보험공사 안내로 확인). 변액보험은 판매 전에 적합성 진단을 거치고, 일정 자격을 갖춘 설계사만 판매할 수 있다.
연금보험, 연금저축, IRP
노후를 대비하는 개인 상품은 이름이 비슷해서 헷갈린다. 핵심은 세금을 언제 깎아 주느냐다. 연금저축과 IRP는 낼 때 세금을 깎아 주고(세액공제) 받을 때 연금소득세를 걷는다. 일반 연금보험은 낼 때 혜택이 없는 대신, 요건을 갖추면 받을 때 세금이 없다. 그래서 연금보험을 세제비적격, 연금저축·IRP를 세제적격 상품이라고 부른다.
| 연금보험(세제비적격) | 연금저축(보험·펀드) | IRP(개인형 퇴직연금) | |
|---|---|---|---|
| 낼 때 | 세액공제 없음 | 연 600만원 한도 세액공제 | 연금저축과 합산 연 900만원 한도 세액공제 |
| 공제율 | — | 총급여 5,500만원 이하 16.5%, 초과 13.2%(지방세 포함, 약) | |
| 받을 때 | 요건 충족 시 보험차익 비과세 | 연금소득세 약 3.3~5.5%(나이별). 사적연금이 연 약 1,500만원을 넘으면 종합과세 또는 분리과세 선택 | |
| 중도에 꺼내면 | 해지환급금(초기 사업비 손실) | 공제받은 원금과 수익에 기타소득세 16.5% | 법정 사유가 아니면 일부 인출이 어렵고 해지해야 한다 |
| 종신 수령 | 생명보험사 상품은 종신형 선택 가능 | 연금저축보험 일부(생명보험사)만 가능 | 대개 기간을 정해 받는다 |
| 예금자보호 | 보호(변액 제외) | 보험·예금형은 보호, 펀드형은 비보호 | 편입한 상품에 따라 다름 |
표의 숫자는 2026년 기준 대표값이다(약). 세액공제가 있는 상품은 내는 순간 수익률이 생긴다. 연봉 5,500만원 이하인 사람이 연금저축에 600만원을 넣으면 이듬해 연말정산에서 99만원(16.5%)을 돌려받는다. 사업비를 떼고 시작하는 저축성보험과 출발선이 다르다. 대신 55세 이전에 꺼내면 혜택을 토해 내야 하니, 정말 노후까지 둘 돈이어야 한다.
종신형 연금: 오래 사는 위험의 보험
연금보험에는 다른 상품이 따라 하기 어려운 기능이 하나 있다. 종신형 연금이다. 연금을 정해진 기간(예: 20년)만 받는 확정형과 달리, 살아 있는 동안 계속 받는다. 일찍 사망한 사람의 적립금이 오래 사는 사람의 연금으로 넘어가는 구조다. 사망보험이 "일찍 죽는 위험"을 나누는 것이라면, 종신 연금은 "너무 오래 사는 위험"을 나누는 보험이다.
65세에 2억원을 모았다고 하자. 종신 연금으로 바꾸면 매달 얼마를 받을 수 있는가. 같은 금액을 내 통장에서 직접 꺼내 쓰면 언제 바닥나는가. 아래 그림의 곡선은 65세 100명 가운데 해마다 살아 있는 사람의 비율이고, 점 100개는 그 사람들이다. 시간이 흐르며 점이 사라진다. "내 돈으로 인출"을 고르면 통장이 바닥난 뒤에도 살아 있는 사람이 빨갛게 바뀐다.
INS.survival), \(v = 1/(1+i)\): 할인 계수. 분모는 "살아 있는 동안 1원씩 받는 권리"의 현재 가치다. 오래 살 확률이 클수록 분모가 커지고 월액은 작아진다.종신 연금 vs 내 돈으로 인출
평균 수명만 보고 "85세까지 쓸 만큼 모으면 된다"고 계획하면, 절반 가까운 사람은 계획보다 오래 산다. 내 돈으로 꺼내 쓰는 사람은 그 위험을 혼자 지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적게 쓰거나, 운이 나쁘면 일찍 바닥난다. 종신 연금은 같은 위험을 수많은 사람과 나눠서 평생 일정한 소득을 만든다. 대신 일찍 사망하면 받은 연금이 적립금보다 적고(보증 기간 옵션으로 일부 보완한다), 물가가 오르면 고정 월액의 실질 가치가 줄어든다. 국민연금이 물가에 연동되는 종신 연금이라는 점은 13장에서 다시 본다.
예금자보호: 보험사가 망하면
보험사가 파산하면 계약은 대개 다른 보험사로 넘어가지만(계약이전), 그렇지 못한 경우를 대비한 마지막 안전판이 예금자보호제도다. 2025년 9월부터 보호 한도가 1억원으로 올랐다(INS.KR.depositProtect). 보험에서 기억할 점은 세 가지다.
- 보험사별, 1인당 한도다. 같은 회사에 계약이 여러 개면 합산해서 1억원까지다.
- 보호 금액의 기준은 낸 보험료가 아니라 해지환급금(만기 시에는 만기보험금, 사고가 났으면 보험금)이다. 초기에 해지환급금이 적으면 보호받는 금액도 적다.
- 변액보험 적립금은 보호 대상이 아니다(최저보증 부분 제외). 퇴직연금·연금저축 등 일부는 일반 예금과 별도 한도로 보호한다(2026년 기준, 세부는 예금보험공사 안내로 확인).
아래에서 지우가 두 회사에 가진 계약의 해지환급금을 바꿔 본다. A생명에 두 계약, B생명에 한 계약이 있다.
보험사별 1억원 한도
현실에서 보험사가 파산해 예금자보호까지 가는 일은 드물고, 감독당국은 그 전에 지급여력비율(K-ICS)로 부실을 걸러 낸다(16장). 그래도 10년, 20년 묶어 두는 저축성보험이라면 한 회사에 1억원을 크게 넘겨 넣지 않는 것이 단순한 위험 관리다.
저축성보험이 맞는 사람, 안 맞는 사람
지금까지의 숫자를 모으면 저축성보험은 좋은 상품도 나쁜 상품도 아니다. 조건이 맞는 사람에게는 쓸모가 있고, 조건이 맞지 않는 사람에게는 비싼 저축이 된다. 공정하게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잘 맞을 수 있는 사람 | 안 맞을 가능성이 큰 사람 |
|---|---|
| 비상금과 세액공제 상품(연금저축·IRP)을 이미 채우고도 10년 이상 묶어 둘 여윳돈이 있다 | 비상금이 생활비 3~6개월분에 못 미친다 |
| 금리 하락에 대비해 최저보증이 있는 장기 확정형 적립을 원한다 | 5년 안에 결혼·출산·이사·주택 구입처럼 목돈이 필요한 일이 있다 |
| 스스로는 저축을 꾸준히 못 해서 강제성이 필요하다고 판단한다 | 세액공제 상품을 아직 다 쓰지 않았다(내는 순간 13.2~16.5% 혜택) |
| 금융소득이 많아 이자 비과세의 가치가 크다(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 등) | "비과세"라는 말 외에 수익률과 원금 회복 시점을 확인하지 않았다 |
| 평생 소득이 필요해 종신형 연금을 원한다 | 보장이 필요해서 가입하려 한다(보장은 보장성보험이 훨씬 싸다) |
이미 가입했다면: 해지 말고 할 수 있는 것
이 장을 읽는 사람 가운데에는 이미 저축성보험을 몇 년째 내고 있는 사람도 많다. 앞의 곡선이 말하는 것은 "가입하지 말라"가 아니라 "초기에 깨면 비싸다"이다. 이미 사업비의 큰 몫(신계약비)을 치렀다면, 남은 기간에 드는 비용은 매달 떼는 유지비 정도다. 그래서 돈이 급할 때 해지부터 하기 전에 계약을 살려 두는 방법을 먼저 확인한다. 가능 여부와 조건은 상품마다 다르다.
| 방법 | 무엇을 하는가 | 대가와 주의 |
|---|---|---|
| 중도인출 | 적립금 일부를 꺼낸다(연 횟수·한도가 있다) | 적립금이 줄어 만기 금액이 준다. 수수료가 붙는 상품도 있고, 세제 요건에 영향을 줄 수 있어 확인이 필요하다 |
| 보험계약대출 | 해지환급금의 일정 비율 안에서 돈을 빌린다 | 대출 이자를 낸다(보통 적립 이율에 가산금리를 더한 수준). 갚지 않으면 만기·해지 때 차감된다 |
| 납입 일시중지·유예 | 몇 달 동안 보험료를 내지 않는다(유니버설형 등) | 그동안 위험보험료와 유지비는 적립금에서 빠진다. 기간이 길면 적립금이 줄어든다 |
| 감액 | 계약의 일부만 해지해 보험료를 줄인다 | 줄인 부분은 해지로 처리되어 그 몫의 해지환급금만 받는다 |
| 해지 시점 고르기 | 꼭 해지해야 한다면 신계약비 상각이 끝난 뒤나 비과세 요건을 채운 뒤로 미룬다 | 해지환급금 예시표와 현재 적립금을 콜센터·앱에서 조회해 비교한다 |
지우네 상담 노트: 은행 창구의 월 50만원
"비과세 저축보험"을 해지환급금 곡선 위에 올려 보다
지우가 은행 창구에서 받은 안내문은 월 50만원, 5년 납입, 10년 이상 유지하면 비과세인 저축보험이었다. 지우는 사진을 찍어 도윤에게 보냈다. 도윤은 이 상품을 자기가 팔 수 있는지부터 따지지 않았다. "같은 50만원을 넣을 수 있는 다른 자리부터 비교해 보자."
둘은 이 장의 첫 시뮬레이터에 조건을 넣었다(5년 납입, 신계약비 30%, 공시이율 2.5%). 이 책의 교육용 모델로 계산하면 1년 뒤 해지환급금은 낸 600만원의 66%인 약 396만원, 3년 뒤는 88%, 5년 납입을 마친 직후에도 95%(약 2,840만원)이고, 원금은 8년째에 회복된다. 10년을 채우면 약 3,226만원(108%)이다. 같은 금리 2.5%로 은행에 넣고 이자소득세를 낸다고 해도 10년 뒤 약 3,548만원으로, 이 모델에서는 비과세 혜택이 사업비를 메우지 못했다. 공시이율이 은행 금리보다 높게 유지된다면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는 점도 함께 적었다.
민서가 짚은 것은 시점이었다. "우리 내년에 아이 낳을 계획이잖아. 육아휴직하면 한동안 수입이 줄어." 지우네 예금 3,000만원은 둘의 생활비 360만원의 약 8개월분이다. 아이가 생기고 한 사람이 휴직하면 이 비상금이 가장 먼저 쓰인다. 1~3년 안에 깰 가능성이 있는 돈을 원금 회복에 8년 걸리는 상품에 넣는 것은 맞지 않는다는 데 둘 다 동의했다.
대신 노후 저축의 첫 자리는 연금저축으로 정했다. 지우의 총급여 4,800만원은 5,500만원 이하라 공제율 16.5%가 적용되어, 연 600만원(월 50만원)을 넣으면 이듬해 99만원을 돌려받는다(2026년 기준). 다만 당장 월 50만원은 출산 준비와 비상금 보강과 겹치므로, 금액은 비상금을 생활비 6개월분 이상 유지할 수 있는 선에서 시작하기로 했다. 3~5년 안에 쓸 목돈은 ISA나 예·적금처럼 언제든 꺼낼 수 있는 곳에 둔다. 도윤은 이 결정으로 받는 수수료가 없다는 것을 숨기지 않았다. "지금은 이게 맞아. 저축성보험은 비상금과 연금저축을 다 채운 다음에 다시 보자."
핵심 정리
- 저축성보험의 보험료는 위험보험료·저축보험료·사업비로 나뉜다. 신계약비가 초기에 몰려 빠지므로 일찍 해지할수록 해지환급금이 낸 돈보다 크게 적다.
- 해지환급금 예시표에서 1·3·5·7·10년 환급률과 원금 회복 시점을 최저보증이율 기준으로 먼저 본다. 이 책의 모델에서 신계약비 60%·10년 납입이면 원금 회복은 10년째다.
- 공시이율은 사업비를 뗀 적립금에 붙고 해마다 변한다. 최저보증이율은 금리 하락의 바닥이다. 진짜 수익률은 낸 돈과 받은 돈의 현금흐름으로 계산한 IRR이며, 늘 공시이율보다 낮다.
- 저축성보험 비과세(2026년 기준): 일시납 1억원 이하 10년 유지, 월적립식은 월 150만원 이하·5년 이상 균등 납입·10년 유지. 같은 금리라면 비과세로 아끼는 세금이 사업비를 넘기까지 십수 년이 걸리거나 끝내 넘지 못한다.
- 변액보험은 펀드 수익에서 사업비·운용보수·보증 수수료가 빠진다. 결과의 폭이 넓고, 적립금은 예금자보호 대상이 아니다(최저보증 부분 제외).
- 연금저축·IRP는 낼 때 세액공제(13.2~16.5%), 연금보험은 받을 때 비과세다. 종신형 연금은 오래 사는 위험을 나누는 보험이다.
- 예금자보호는 보험사별 1인당 1억원, 해지환급금 기준이다. 순서는 비상금 → 세액공제 상품 → 그다음에 장기 저축성보험이다.
확인 퀴즈
공시이율 3%인 저축성보험에 10년 동안 매달 같은 금액을 내고 10년째에 해지했다. 낸 돈과 받은 돈으로 계산한 실질 수익률(IRR)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알맞은 것은?
월적립식 저축성보험의 보험차익 비과세 요건(2026년 기준)에 해당하지 않는 것은?
변액연금의 최저연금적립금보증에 대한 설명으로 옳은 것은?
지우가 A생명에 저축보험(해지환급금 7,000만원)과 종신보험(해지환급금 4,000만원)을, B생명에 연금보험(해지환급금 5,000만원)을 가지고 있다. 두 회사가 모두 파산해 예금자보호로 받을 수 있는 최대 금액은?(변액 아님, 다른 예금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