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이냐 증여냐
14장의 '만약' 계산을 본 민재가 말했다. "그럼 지금부터 조금씩 미리 받으면 나중에 상속세가 줄어드는 거 아냐? 년마다 공제가 새로 생긴다며." 다온도 같은 생각을 했다. 그런데 계산을 해 보니 질문이 하나 더 생겼다. 부모님이 지금 우리에게 돈을 나눠 주면, 부모님은 앞으로 20년을 무엇으로 사시는가. 이 장은 증여와 상속을 하나의 시간표 위에 올려놓고 두 세금을 합쳐 비교한다. 언제 주느냐, 무엇을 주느냐, 누구에게 나누느냐가 세금을 어떻게 바꾸는지 보고, 마지막으로 세금보다 먼저 정해야 할 것들을 정리한다. 이 장의 값은 이다.
- 사전증여재산 합산 규칙 때문에 상속 직전의 증여가 상속세를 줄이지 못하는 이유를 설명한다.
- 증여가 그 시점의 가치를 고정한다는 것을, 오를 자산과 현금으로 나눠 비교한다.
- 년 단위 증여 계획과 상속 대기의 세금 합계를 남은 기간·자산 상승률·증여 횟수에 따라 비교한다.
- 남매에게 나눠 줄 때 증여세는 받는 사람별 누진이라 고르게 나눌수록 작아진다는 것을 확인한다.
- 부동산 증여의 취득세와 양도세, 부담부증여의 구조를 개념 수준에서 정리하고, 세금보다 먼저 정할 것(부모의 노후, 형제간 공평, 유류분)을 짚는다.
두 세금을 잇는 규칙
증여세(13장)와 상속세(14장)는 세율표가 같다. 다른 것은 계산의 단위다. 증여세는 받는 사람 한 명을 기준으로 증여자 그룹마다 년 단위로 계산하고, 상속세는 남긴 재산 전체를 한 번에 계산한다. 이 차이 때문에 "미리 나눠 주면" 세금이 줄 수 있다. 큰 덩어리 하나에 걸릴 높은 세율을 여러 사람, 여러 번의 작은 덩어리로 나눠 낮은 세율과 여러 번의 공제를 쓰는 것이다.
그런데 법은 이 길에 울타리를 쳐 두었다. 돌아가시기 전 상속인에게 년, 상속인이 아닌 사람에게 년 안에 준 재산은 상속재산에 다시 더한다(). 그때 낸 증여세는 빼 주니 이중과세는 아니지만, 나눠 준 효과는 사라진다. 그래서 사전증여가 상속세를 줄이려면 합산 기간 밖으로 나가야 한다. 상속이 언제 일어날지는 아무도 모르니, 이 규칙은 "일찍, 그리고 오래 살아 계실수록" 효과가 있다는 뜻이다.
상속 직전의 증여는 효과가 없다
먼저 가장 흔한 오해부터 확인한다. "아버지가 편찮으시니 지금이라도 자녀에게 나눠 드리면 상속세가 줄겠지." 아래 시뮬레이터는 14장의 부모 재산(아파트와 예금 12억 3,000만원)을 배우자 없이 자녀 둘이 상속받는 경우에, 각 자녀에게 현금을 미리 증여했을 때의 증여세와 상속세 합계를 그린다. 가로축은 상속개시 몇 년 전에 증여했느냐다. 손잡이를 끌어 본다.
증여 시점과 세금 합계의 절벽
합산 기간 안에서는 증여가 상속세를 줄이지 못한다. 미리 준 돈이 예금이었다면 그만큼 금융재산공제가 줄어 오히려 세금이 조금 늘 수도 있다. 사전증여의 효과는 오직 합산 기간 밖에서 생기고, 그 크기는 증여로 피한 상속세 쪽 한계세율이 정한다. 재산이 공제 근처라 상속세 한계세율이 낮은 집이라면 효과도 작다.
증여는 그 시점의 가치를 고정한다
사전증여에는 효과가 하나 더 있다. 증여재산은 증여할 때의 가액으로 평가되고, 합산 기간 안에서 상속재산에 다시 더할 때도 증여 당시 가액으로 더한다. 그래서 앞으로 오를 자산을 일찍 주면, 그 뒤에 오른 몫은 증여세에도 상속세에도 들어가지 않는다. 반대로 현금은 오르지 않으니 이 효과가 없다. 아래에서 자산 상승률과 상속까지 남은 기간을 바꿔 본다. 왼쪽 기둥은 그 자산을 그대로 두었다가 상속하는 경우, 오른쪽은 지금 자녀 한 명에게 증여하는 경우다.
가치 고정: 오를 자산과 현금
가치 고정 효과는 반대 방향으로도 작동한다. 증여한 자산의 값이 떨어지면 증여세는 높은 값으로 이미 냈고, 상속재산에 더할 때도 높은 증여 당시 가액이 들어간다. 오를지 내릴지 모르는 자산을 "세금 때문에" 미리 주는 것은 투자 판단을 세금에 맡기는 일이다. 그리고 부동산은 주는 순간 취득세가 붙고, 받는 사람의 주택 수가 바뀐다. 아래 부동산 증여에서 이어서 본다.
년 단위 계획 vs 기다리기
이제 하나로 합친다. 부모가 지금부터 년마다 자녀 둘에게 같은 금액의 현금을 증여하는 계획과, 아무것도 주지 않고 상속을 기다리는 경우를 비교한다. 위 타임라인에는 증여 시점과 상속개시, 합산 창이 보인다. 아래 기둥은 두 경우의 세금 합계다. 남은 기간(부모의 나이), 집값 상승률, 증여 횟수와 금액을 바꿔 본다. 마지막 칸의 "부모에게 남는 예금"을 함께 본다.
년 단위 증여 계획과 상속 대기의 세금 합계
시뮬레이터가 보여 주는 것은 세 가지다. 첫째, 계획의 효과는 합산 창 밖으로 나간 증여에서만 생긴다. 남은 기간이 짧으면 계획 자체가 의미가 없다. 둘째, 현금 증여는 집값 상승분을 막지 못한다. 상속재산의 대부분이 집인 가족에게 현금 증여의 효과는 생각보다 작다. 셋째, 증여한 현금은 부모의 노후 자금에서 나간다. 세금이 줄어드는 만큼 부모의 생활비 여유가 줄어든다. 이 세 번째가 다온의 결론으로 이어진다.
남매에게 나누기: 받는 사람별 누진
증여세는 받는 사람별로 계산하니, 같은 돈을 한 명에게 몰아 주는 것보다 두 명에게 나눠 주는 쪽이 각자 공제를 쓰고 낮은 세율 구간에 머문다. 상속세는 다르다. 유산세라서 누가 얼마를 받든 세금 총액이 같다(14장). 아래에서 총 증여액을 정하고 손잡이로 다온과 민재의 몫을 나눠 본다. 다온은 13장에서 결혼 자금을 받으며 부모 쪽 공제를 이미 다 썼다는 점도 켜고 끌 수 있다.
남매에게 나누는 비율과 증여세 합계
세금만 보면 고르게 나누는 것이 답이지만, 실제 가족에게는 "고르게"의 기준이 여러 개다. 한 명은 결혼 자금으로 이미 받았고, 한 명은 부모와 가까이 살며 돌봄을 맡을 수도 있다. 형제 사이의 공평은 세금표가 아니라 가족의 대화로 정할 문제다. 다만 그 대화에 "증여는 받는 사람별, 상속은 전체"라는 사실을 함께 올려 두면 숫자를 두고 오해할 일은 줄어든다.
부동산 증여: 취득세, 양도세, 부담부증여
집을 증여하면 증여세 말고도 받는 사람이 취득세를 낸다. 주택 증여의 취득세는 기본 이고, 조정대상지역에서 시가표준액 이상 주택을 받으면 로 중과된다(). 1세대 1주택자가 배우자나 직계존비속에게 주는 경우처럼 중과에서 빠지는 예외가 있고, 2025년 10월부터 조정대상지역이 넓어져 중과 대상이 되는 증여가 늘었다. 상속으로 받을 때의 취득세는 이보다 낮다. 아래에서 같은 금액을 현금으로 줄 때와 집(지분)으로 줄 때를 비교한다.
같은 금액, 현금으로 줄까 집으로 줄까
집 증여에는 시간이 지나서 나타나는 비용도 있다. 받은 사람의 주택 수가 늘어 원래 살던 집의 1세대 1주택 비과세가 흔들릴 수 있고, 증여받은 집을 일정 기간 안에 팔면 취득가액을 증여자가 처음 산 값으로 되돌려 양도세를 계산하는 이월과세가 붙는다. 부모가 사는 집의 지분을 자녀에게 주면 부모의 1세대 1주택 판정과 보유세에도 영향이 있다. 이 부분은 EstateBook 14장 사고팔 때의 세금과 13장 보유세에서 자세히 다룬다.
부담부증여
부담부증여(Gift with assumed debt)는 대출이나 전세보증금 같은 빚이 딸린 재산을 빚과 함께 넘기는 증여다. 받는 사람이 빚을 떠안은 몫은 대가를 치른 것으로 보아 증여가 아니라 양도가 된다. 그래서 하나의 거래가 두 세금으로 나뉜다. 빚을 뺀 나머지는 받는 사람의 증여세, 빚 부분은 주는 사람의 양도소득세다. 취득세도 빚 부분은 유상취득, 나머지는 무상취득으로 나눠 계산한다.
세금보다 먼저 정할 것
지금까지는 세금만 봤다. 그런데 재산을 언제, 누구에게, 얼마나 넘길지는 세금보다 앞서는 질문들이 정한다.
- 부모의 노후 생활비. 증여한 돈은 돌아오지 않는다. 부모가 앞으로 20~30년을 살 생활비, 의료비, 돌봄 비용이 먼저 남아야 한다. 국민연금과 예금만으로 부족하다면 집이 노후 자금의 일부다(집을 담보로 연금을 받는 주택연금 같은 공적 제도도 있다). 세금을 수천만원 아끼고 부모가 자녀에게 생활비를 받아야 한다면, 가족 전체로는 손해일 수 있다.
- 형제간의 공평. 결혼 자금, 학비, 사업 자금처럼 이미 받은 것이 형제마다 다르다. 누가 무엇을 받았는지 가족이 함께 알고 있어야 나중에 다툼이 줄어든다. 증여세 신고서는 그 기록이 되기도 한다.
- 유류분. 민법은 상속인에게 최소한의 몫(유류분)을 보장한다. 부모가 생전에 한 자녀에게 크게 증여했다면, 다른 상속인이 나중에 그 몫을 돌려 달라고 청구할 수 있다. 이 책은 법률 문제를 다루지 않는다. 다만 "세금상 년이 지났다"는 것과 "가족 사이에 법적으로 정리됐다"는 것은 다른 문제라는 점만 기억한다.
- 부모의 뜻과 건강. 상속 계획은 부모의 재산이다. 자녀가 세금표를 들고 먼저 꺼낼 이야기가 아니라, 부모가 원할 때 숫자로 도울 이야기다.
다온의 세금 노트: 나눠 받을까, 기다릴까
다온과 민재는 부모님께 이 장의 시뮬레이터를 보여 드리며 이야기를 나눴다. 계산에 쓴 숫자는 14장과 같은 부모 재산에서 13장의 결혼 자금이 빠진 것이다. 아파트 9억 2,000만원, 예금 1억 6,000만원. 아버지(64)가 85세까지 사신다고 가정하면 상속까지 21년이다. 집값은 연 2% 오른다고 가정했다. 모두 가정이다.
세금보다 부모의 노후 현금 흐름이 먼저다
계획. 민재가 지금(2027년) 을 받고, 년 뒤(2037년) 다온과 민재가 같은 금액을 한 번 더 받는다. 다온은 2026년 11월에 공제를 다 썼으니 2036년 11월이 지나야 다시 받을 수 있다. 세 번 모두 공제 안이라 증여세는 없다. 21년 뒤 상속개시라면 세 증여 모두 합산 기간 밖이다.
결과. 이 책의 모델로(배우자 없이 마지막 상속 한 번으로 단순화) 기다릴 때의 상속세는 , 계획대로 나눠 줄 때는 로 가 줄어든다. 그런데 계획대로 하면 부모님 예금은 만 남는다. 아버지는 일흔이 넘어서 손에 쥔 현금이 거의 없게 된다. 세 번째 증여(2047년)는 상속 전 합산 기간 안이라 효과가 없고, 줄 돈도 남지 않는다.
정한 것. 부모님의 노후 현금 흐름이 먼저다. 부모님 연금과 이자로 생활비가 충분한지 먼저 확인하고, 예금은 노후 자금으로 남겨 두기로 했다. 민재는 결혼이나 집 마련처럼 필요한 때에 받기로 하고, 그때 증여 신고를 한다. 아파트 지분 증여는 취득세와 아버지의 1세대 1주택 판정 문제가 있어 하지 않는다. 상속세가 생긴다면 그건 부모님이 집값이 오른 집에서 끝까지 편히 사신 결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14장에서 본 대로 1차 상속에는 배우자공제가 있어 실제 세금은 이 모델보다 작다.
확인할 것. 부모님의 월 생활비와 국민연금 수령액. 형제가 각자 받은 것(다온의 결혼 자금)을 기록으로 남기기. 유산취득세 개편이 확정되면 다시 계산하기.
핵심 정리
- 증여세는 받는 사람별·년 단위로, 상속세는 남긴 재산 전체로 계산한다. 세율표는 같다. 나눠 주면 공제를 여러 번 쓰고 낮은 세율 구간에 머물 수 있다.
- 상속인에게 년(비상속인 년) 안에 한 증여는 상속재산에 다시 더한다. 상속 직전의 증여는 상속세를 줄이지 못하고, 예금을 줬다면 금융재산공제가 줄어 오히려 늘 수 있다.
- 증여는 그 시점의 가치를 고정한다. 합산될 때도 증여 당시 가액으로 더하므로, 오를 자산을 일찍 주면 상승분이 상속재산에서 빠진다. 현금은 이 효과가 없다.
- 남매에게 나눌 때 증여세는 고르게 나눌수록 작다. 이미 공제를 쓴 사람이 있으면 최소 지점이 옮겨 간다.
- 집을 증여하면 받는 사람이 취득세(, 중과 )를 내고 주택 수와 양도세 문제가 따른다. 부담부증여는 빚 부분이 주는 사람의 양도가 된다.
- 세금보다 먼저 정할 것은 부모의 노후 생활비, 형제간의 공평, 유류분 같은 법적 문제다.
확인 퀴즈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3년 전에 자녀에게 현금 1억원을 증여했다. 상속세에 미치는 효과로 가장 알맞은 것은?
3억원짜리 주식을 자녀에게 증여했고, 5년 뒤 상속이 개시될 때 그 주식은 6억원이 됐다. 상속세 계산에 더해지는 금액은?
부모가 4억원을 두 성년 자녀에게 나눠 주려 한다(둘 다 지난 년간 받은 증여 없음). 증여세 합계가 가장 작은 방법은?
전세보증금 2억원이 딸린 집(시가 5억원)을 자녀가 보증금 반환 의무까지 떠안는 조건으로 증여받았다(부담부증여). 세금 구조로 맞는 것은?